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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소식'에는 해뜨는집의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어떤 할머니의 전화


처음엔 그저 전화 혼선으로 인해서 들리는 목소리인 줄 알았다.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몇년을 그냥 지내다 최근에 걸려오는 시간대가 늦은 밤이거나 이른 아침이 되면서 전화국에 신고를 했었다.
전화벨이 울려서 받으면 어떤 할머니가 "새이야~ 어쩌구 저쩌구..."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데 이쪽의 목소리는 할머니에게 전혀 전달이 되지 않았다.

전화국에서 두번이나 나와서 선도 교채하고 했지만 할머니의 전화는 계속 이어졌다.
혼선이 아니라 실제로 걸려온 전화라는 생각이 그때서야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왜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걸까..

어디서 걸려오는 전화인지 확인이 안되어서 발신자정보서비스를 신청하고 나서야 걸려오는 전화번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번호로 봐서는 경산지역인 듯 했다.
할머니의 전화가 오면 나는 일단 수화기를 한 번 들었다 다시 내려놓는다.
받지 않으면 계속 벨이 울려대서 시끄럽고, 수화기를 들어도 통화는 되지 않았다.
그저 할머니의 일방적인 읊조림을 듣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내가 수화기를 내려도 할머니의 일방적인 통화는 계속되고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후 다시 수화기를 들어보면 할머니의 목소리가 계속 들리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충분히 통화를 마친 다음 발신자정보에 뜬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다.
전화를 받는 이는 바로 그 할머니였다.
그런데 여전히 내 목소리는 안들리는지 혼자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다른 가족에게라도 이 상황을 알려야겠다 싶어 몇 번 전화를 해봤지만 늘 받는 이가 할머니거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귀가 들리지 않는 혼자 사는 할머니일까.
들을 수는 없지만 말할 수는 있으니 전할 말이 있으면 전화로 이야기를 하면 되었으리라.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집 전화번호가 할머니에게 저장되었는지...
내가 조용히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놓는 사이 할머니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텐데...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할 상대는 전화번호 오류로 인해 듣지도 못한채 있을테고...

전화국에서는 다시 할머니의 전화가 오면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전화국에서 할머니의 집을 직접 찾아가서 친절하게 안내를 해야지만 이 일이 멈춰질 수 있을텐데 그렇게까지 할지 의문이 가고, 과연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듣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일을 어떻게 납득시킬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보다 나는 할머니에겐 이렇게 전화를 걸어야만 하는 사연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최근 몇 차례 할머니에게 확인차 전화를 건 다음부터 전화는 더 자주 오고 있다.
이른 아침 잠을 깨우기도 하고, 늦은 밤 깜짝 놀래키기도 하고, 때로는 새벽 2시가 지난 시각에도 전화가 울린다.

우리 가족은 이제 053-8**로 시작하는 할머니의 전화번호가 뜨면 조용히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놓고 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마음이 쓰인다.
오늘은 어떤 내용일까?
혹 꼭 전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으면 어쩌나...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8-11-24(14:51)
방    문 :63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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