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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뜨는집이야기'는 1995년부터 월간 [함께하는 세상]에 연재한 글입니다.
'이야기장터'에서는 해뜨는집과 관련한 자유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기사모음'에는 여러 매체를 통해 비춰진 해뜨는집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행스케치'는 해뜨는집 가족의 여행기록입니다.
위기의 아이들/『대안가정』11호(2005년 가을)

지난 11월 5일 전국입양한마당축제가 대구에서 개최되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축제에는 전국의 입양가족과 예비입양가정 및 입양기관 관계자 6백여명이 참가하여 감동과 기쁨을 나누었다.
평소에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주로 교재를 나누던 전국의 입양가족들이 축제에서 만나게 되면 여기저기서 반가운 비명소리가 터질 정도로 만남 자체가 감동이기도 하다.

그러나 입양한마당축제에 참가한 입양가족들이 가장 큰 감동을 받는 대목은 영상물이 상영될 때다. 깜깜한 객석 사방에서 훌쩍이는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어떤 엄마들은 아예 손수건을 꺼내놓고 울 채비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위기의 아이들」이란 제목으로 입양이 시급한 아이들이 소개가 되었다. 4개 입양기관에서 보호 중인 18명의 아이들의 얼굴이 차례로 스크린을 채워나가자 여기저기서 숨죽인 울음소리들이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위기의 아이들」이 상영될 때 마침 아들 때문에 행사장 밖에 있었던 나는 며칠 후 홈페이지에 올라온 영상을 보았는데, 나 역시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한참을 울었었다. 영상에 소개된 아이들 중 몇 명은 바로 우리 아들이 입양되기 전에 찍었던 사진의 배경과 동일한 배경을 하고 있었고, 그 순간 영상에 비춰진 아이의 얼굴이 우리 아들의 얼굴로 바뀌어 클로즈업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입양부모들이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내 아이만 선택한 것이 거기에 남겨진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죄스럽고, 현실적으로 입양이 요원한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또 다시 입양을 계획하게 되는...

입양부모들이 가정을 찾지 못한 채 입양원에서 나이를 먹는 아이들에 대해 그토록 마음아파 하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생후 36개월이 지나면 입양될 기회를 영영 박탈당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36개월이 되도록 입양되지 못하면 일반 아동양육시설로 넘어가게 되고, 그동안 무호적이던 아이들이 일가창립을 하여 단독호주가 되어 호적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 호적이라는 것이 아이들의 입양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호적이 있다고 입양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음에도 사실상 입양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는 아직도 많은 입양가정들이 비밀입양을 희망하여 호적에 양자입양의 흔적이 남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입양이 되는 것이 더 적절함에도 호적 때문에 위탁의뢰되는 아동들도 있다. 친가정은 완전히 해체되고, 부모 중 어느 쪽도 아동을 양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동이 입양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아동은 처음부터 시설입소가 고려되거나 장기위탁 내지 그룹홈으로 연결이 될 수 있다.

영아원에서 아동양육시설로 옮겨져 아예 가정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 또 부모에게 돌아갈 기약도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시설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가정은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그들도 언젠가는 가정을 이루어 자녀를 양육하며 살아가야 할텐데...

게다가 최근에 접한 호적과 관련한 사례들은 더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른다.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취학 전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살아온 아이들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에 맡겨진 이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출생신고를 하여 호적을 갖게 되었다. 복잡한 가족사와 이해관계로 인해 아이의 출생신고를 미루어오면서도 크게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고, 아이를 맡겨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버린 부모도 있었다.

태어나는 순간 당연히 그 존재가 인정되어야 함이 마땅함에도 입양원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수많은 아이들이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살아가고 있고, 어른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취학 때까지 호적도 없이 어딘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있다. 사실상 존재하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 아이들의 인권은 존재 자체가 부인됨으로 인해 기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더구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은 아동학대나 유기, 유괴, 살해 등의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을 소지가 다분하다. 최악의 경우 보호자에 의한 방치로 사망하거나 살해되어도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고 영아사망 통계에 집계되지도 않는다.

최근 정부의 아동복지정책은 아동의 권리를 중시하여 아동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조로 가고 있다. 즉 아동의 입장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구적으로 친가정을 상실한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입양가정일 것이다. 일시적으로 친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아동에게는 위탁가정을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에 있어서는 어떠한가. 입양이나 위탁 중 어느 쪽이 아동에게 더 적합한가를 따지기 전에 형식적 요건을 먼저 따지고 절차상에 무리가 없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지금의 실상이다.

분명히 존재하는 아동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어떻게 우리가 아동의 인권을 부르짖을 수 있을 것인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아동의 인권이 진지하게 고려되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빌어본다.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5-11-21(13:05)
방    문 :69375
이 메 일 :nikol8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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