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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권 포기한 비혼모의 정보까지 노출[일다]

‘혈연중심’ 가족관계증명서, 입양가정에 피해

“가족관계등록제가 시행되면 (호적제도의 문제점이) 바뀐다고 생각하고 너무 좋아했었어요.”

대전에 거주하는 송가영(가명)씨는 입양한 아이의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가 “이전 호적에서 드러나는 정보와 달라진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여섯 살이 된 딸의 기본증명서에는 ‘기아(버려진 아이) 발견’이라는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고, 가족관계증명서에는 현재 양육하고 있는 부모가 ‘양부, 양모’로 기재되어 있었다.

송씨는 입양관계 증명서가 별도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관계증명서에서 아이의 입양 사실이 공개되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입양아동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보면, 혈연중심의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입양아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냉대가 너무 심각하여, 가까운 친인척 제외하고는 주위에 입양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는 송씨. 그는 “드러내놓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을 토로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가영씨뿐 아니라 현재 입양가정들 사이에선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를 두고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국내 입양을 권장하면서도 입양아동에 대한 차별과 개인정보보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증거’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입양아동 가족관계증명서에 친부모 주민번호 기재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면, 친부 친모의 이름뿐 아니라 그 분들의 주민등록번호까지 다 뜨죠. 반대로 우리의 주민등록번호가 그 쪽에도 다 보여지고요. 제일 큰 문제는 어떤 사람의 비밀이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여섯 자녀를 입양해 양육하고 있는 한연희 한국입양홍보회 이사는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합법적인 ‘공개입양’을 하자고 주장해 온 사람들 중 한 명이다. 많은 입양가정들이 입양을 하면서 허위로 출생신고를 해서, 법적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인 것처럼 입양사실을 숨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입양을 한 가정들은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사실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법을 지킨 사람이 피해를 보는 꼴”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딸을 입양할 때는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한다는 증명서류까지 받고 합법적으로 입양을 했는데, 현재 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면 친부모에 대한 정보가 다 드러나요. 미혼모로 아이를 낳고 호적에 올렸다가 입양을 하더라도, 친모에 대한 정보가 가족관계증명서에 다 뜨게 되니 심각한 문제입니다.”

김명희 대안가정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가족관계증명서를 통해 타인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들이 공개되는 문제는 “당사자들에겐 치명적”이라며, 새로운 가족관계등록제도를 도입한 정부 관계 기관들이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받아들여 방안을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친양자제도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람들 ‘막막’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사실이 드러나는 문제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친양자제도를 이용할 경우에는 해소될 수 있다. 친양자제도는 법률상 완전한 친생자로 인정하는 제도다. 친양자로 입양되면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입양사실이 드러나지 않고, 친양자 입양관계 증명서에서만 확인된다.

그러나 친양자 입양을 하기 위해서는 친생부모의 입양 동의를 얻어 반드시 가정법원의 친양자 입양재판을 거쳐야 하며, 아이가 15세 미만인 경우에만 가능하다. 나이가 15세를 넘긴 경우는 달리 방도가 없는 것이다.

또한 이미 기존에 합법적으로 입양을 한 사람들은, 친양자 제도로 전환하기 위한 과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 제도가 새로 입양하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여 신설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김명희씨는 “이미 입양을 할 당시에 친부모가 친권을 포기한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다시 친양자제도로 바꾸기 위해 다시 친부모의 입양 동의 의사를 받아 재판을 해야 합니다. 친부모의 사는 거주지가 일정치 않을 때도 많은데, 수사권도 없는 민간인이 어디서 어떻게 친부모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하소연했다.

송가영씨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송씨는 아이를 입양할 당시, 친모를 찾으려고 몇 년간이나 노력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때문에 친양자제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주위에 입양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터라, 재판을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측, ‘법률이 정한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족관계등록제가 도입되기 전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사실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될 당시, 대법원이 준비하고 있던 새로운 가족등록제도에 대해 ‘개인의 인적 사항 전반이 드러나 보이는 증명서 양식이며, 이는 개인정보보호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 관계자는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에 개인정보유출에 따른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법률이 정하고 있는 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재 시행된 법은 “대법원이 가지고 있던 안에서 국회의원(대법원과 당시 열린우리당 이경숙 의원 대표발의)이 수정한 것”이라면서 “제도 개선을 한다고 하면 국회입법청원의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대법원은 그럴 권한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전 민노당 정책연구원 윤현식(진보신당 창당준비위)씨는 호주제 폐지에 더불어 새로 도입될 신분등록제에 대해 지난 몇 년간 시민사회 단체들이 대안까지 제시하며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는 채로 법률이 제정됐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법률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윤정은

2008/03/04 [11:19] ⓒ www.ildaro.com

 

 

이    름 :돌깡패
날    짜 :2008-03-04(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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